명품샵 [읽는시간] ‘친밀한 살인자’에게 죽는 여자들,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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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 한국 여성들에게 가장 위험한 공간은 밤길이 아니라 가장 안전해야 할 내 집이나 애인과의 내밀한 공간입니다. 2025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애인 등 파트너에게서 신체적·성적·정서적 폭력, 통제 피해를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한 성인 여성 비율은 19.2%로, 5명 중 1명꼴이라고 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매년 3·8 여성의 날 발표하는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언론에 보도된 것만’ 137명에 달하죠.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최근 발간한 책 <이처럼 친밀한 살인자>는 교제폭력과 교제살인의 원인과 실태를 들여다보고 이를 막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찾아보는 책입니다. 11일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과 출판사 김영사는 북토크 ‘읽는시간’을 통해 허 입법조사관을 모시고 책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허 입법조사관은 “공권력이 피해자들을 구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무엇이 중요한 경고인지, 어떻게 위험을 알아차릴 수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플랫]“교제폭력은 여성을 폭행·살해하면 ‘용서받을 수 없음’을 보여주지 못해 나타난 결과”
책은 ‘강압적 통제’라는 개념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봅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한 TV 프로그램에 부부가 나왔어요. 남편은 홈캠을 설치해 놓고 항상 아내를 지켜봅니다. 그리고 말하죠. “너 지금 왜 놀고 있어? 너 공부해야 하는 거 아냐?” 아침이면 몸무게를 재도록 하고, 운동을 시키겠다며 같이 달리기를 하죠. 아내를 사랑해서 자기계발과 건강까지 챙겨주는 걸까요?
방송은 대수롭지 않게 다뤘지만 사실 이것은 매우 커다란 위험 신호라는 게 허 입법조사관의 지적입니다. 교제폭력의 가장 큰 위험징후인 ‘강압적 통제’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강압적 통제는 연인이나 배우자처럼 가까운 관계에서 한쪽이 상대의 일상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사소한 일까지 허락을 받게 하거나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강요하는 것입니다. 강압적 통제는 친밀한 관계 폭력의 명확한 전조입니다. 피해자들은 폭행에 앞서 강압적 통제를 겪는 경우가 많거든요.
실제로 남자친구로부터 모텔에서 무자비한 폭행을 당한 한 여성은 ‘다른 사람 만나지도 접촉하지도 않기’ ‘대학교 가지 않기’ ‘유튜브 하지 않기’ ‘씻거나 신발 벗는 등 행동 허락받고 하기’ 등의 내용이 담긴 각서를 썼다고 해요. 지난해 경기도 화성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친한 친구를 1년에 딱 3번만 만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누구와 함께 있는지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하는 가해자도 있었죠.
우리는 왜 이런 통제를 위험신호로 보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요? 허 입법조사관은 “헌법과 현행법 체계가 성평등을 보장하는 반면 문화적 수준이 그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대중매체에서 여성은 대체로 ‘개념 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혹은 ‘성적으로 대상화되는’ 역할을 맡죠. 반면 남성은 전문가이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으로 재현돼요.
드라마에서 로맨스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손목을 잡고 끌고 가는’ 장면에서 시작될 때가 많죠. 수많은 ‘손목잡기 신’을 화면에 띄우며 허 입법조사관은 말했습니다. “이건 폭행이고 성추행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드라마가 여성이 남성을 고소해서 승소하는 걸로 끝나나요? ‘오빠가 날 너무 사랑했던 거야’ 이렇게 끝나잖아요.” 남성이 여성을 통제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문화적 지배’가 교제폭력과 강압적 통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는 분석입니다.
허 입법조사관은 ‘교제폭력과 교제살인 가해의 구조적 배경이 무엇이냐’는 청중 질문에 이렇게 답했어요. “가해자는 미친 사람이 아니고, 피해자는 이를 알아보지 못한 아둔한 사람이 아닙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국가는 할 게 없어요. 교제폭력이 ‘미친 남자’와 ‘운이 나쁜 여자’의 문제라면 어떻게 여기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겠어요? 가해자의 행동을 정신병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 행동의 밑바닥에는 혐오가 깔려 있어요. ‘내 여자라면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할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가해자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구조를 바꾸는 거,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죠.”
허 입법조사관은 성폭력과 교제폭력에서 ‘피해자로 인정받는 피해자상’이 완전히 정반대라는 점도 지적했어요. “정말 이상한 게 뭔지 아세요? 성폭력은 적극적으로 미친 듯이 저항하기를 피해자에게 원해요. 하지만 가정폭력이나 교제폭력에서는 가해자에게 저항하다가 가해자가 ‘나도 맞았다’고 하면 쌍방폭행이 돼요. 그러니까 국가는 이 폭력의 본질이 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아예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피해자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뭘까요? 헤어져라. 제발 그만 만나라고 이야기를 하죠. 하지만 피해자들은 결별 과정에서 주로 살해됩니다.” 허 입법조사관은 책에서도, 북토크에서도 피해자가 ‘거부의 의사 표현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위험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헤어지자고 했을 때 상대가 가장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경험하는 과정에서 결별을 망설이게 되기도 하죠.
주변 사람들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지만, 피해자를 혼자 두지 말아 달라고 허 입법조사관은 거듭 당부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연락이 끊기고 고립된 피해자는 통제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주변에 교제폭력 피해자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허 입법조사관은 “고립되기 쉬운 피해자와 연결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나한테 연락하고 털어놓으라고 해도 좋고, 가해자가 휴대전화를 부숴서 증거를 없앨 수 있으니 피해 사진을 전송하라고 하는 것만으로도 증거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상담센터 정보를 알려주셔도 좋고요.”
가장 많이 변해야 하는 것은 공권력이겠죠. 지금처럼 “사건 접수하실 거냐”고 묻는 대신 피해자가 ‘강압적 통제’ 상황에 놓여있었는지를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우선 살펴야 한다고 허 입법조사관은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강압적 통제가 문제라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필요도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2020년 해나 클라크라는 이름의 한 여성이 세 자녀와 함께 전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강압적 통제를 범죄화하는 법률이 제정됐습니다. 그냥 법이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 통제다(It’s not love, it‘s coercive control)’라는 메시지를 담은 대대적인 홍보도 함께 진행됐다고 해요.
[더 이상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 번외편]“‘강압적 통제’부터 ‘교제폭력’으로 보는 호주, 젠더폭력의 ‘공적 개입’ 강조해”
[더 이상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교제 관계, 모호해서 처벌 불가? 해외에선 ‘이렇게’ 한다
한국에는 아직 ‘교제폭력’을 정의한 법조차 없습니다. 허 입법조사관은 2024년 호주 멜버른대 로스쿨에서 연수를 하면서 교제폭력 법률이 제정되는 모습을 보며 ‘왜 우리는 이렇게 못하지’라는 생각에 슬펐다고 합니다. 경찰 수사기록이나 판결문을 검토하다 보면 정말 지치고 고통스럽고 아프다고 해요.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으면’ 사회는 분명 바뀔 거라고 허 입법조사관은 강조했습니다. 범칙금 8만 원짜리 경범죄였던 스토킹 행위를 처벌하는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된 것처럼요. 지금도 국회에는 교제폭력 관련 법안이 14건 올라가 있습니다.
북토크에 참여하신 한 여성단체 활동가가 질의응답 시간에 폭력 피해자들이 ‘쌍방폭행’으로 입건되는 게 너무 답답하다고, 우리에게 희망이 있겠느냐고 질문하셨는데요, 허 입법조사관은 이렇게 대답했어요. “지금 22대 국회에 올라가 있는 교제폭력 관련 법안들이 또 임기 만료 폐기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23대 국회가 열리면 새 의원들이 예전에 폐기됐던 법들 또 들여다볼 겁니다.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다음 세대 여성들에게, 딸들에게는, 손녀들에게는 정당방위가 있는 그런 사회를 물려줄 거예요. 다만 그 속도를 빨리 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희망이 있겠느냐고 질문하셨죠? 있게 할게요.”
▼ 남지원 기자 somnia@khan.kr
바지선을 장기계류 해놓고 불법 보관한 폐유를 활용해 가짜 기름을 만들어 판매한 70대 A 씨가 구속됐다. A 씨는 100억 원 대 세금을 체납하고도 차명으로 여러 업체를 운영하며, 기초연금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과거 관련 수사 당시에는 ‘바지 사장’을 내세워 처벌을 피한 사실도 확인됐다.
남해해양경찰청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A 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A 씨는 2020년부터 최근까지 부산항에 장기계류 선박으로 신고한 뒤 선령 30~50년 노후 선박 4척에 폐유 8만3000t 가량을 불법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이 기간 동안 정제유 공장에서 약 90t 이상의 불법 재생유를 생산·판매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성분이 불분명한 해상용 경우와 가짜 석유 등 190t을 탱크로리 차량에 넣어 사용했다. 이 기름에서는 대기오염 물질인 황 성분이 기준치의 90배를 웃돌았던 것으로 한국석유관리원 분석 결과 확인됐다.
해경에 따르면 A 씨는 2008년부터 세금계산서 허위 발급 등 탈세로 1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체납했다. 그럼에도 유령회사 포함 7개 업체를 차명 운영하면서 100억 원대에 달하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 해경은 각 회사의 허위 인건비 명목으로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추정한다.
범행 중에도 A 씨는 골프회원권과 별장을 차명 보유하는 등 호화생활을 이어왔다. 관할 구청에서 기초연금을 받는 것은 물론, 과거 수사기관의 노후 유조바지선 무단 계류 단속 때에는 ‘바지 사장’을 내세워 처벌을 피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해경 관계자는 “해양의 안전과 환경을 위협하는 선박을 점검하는 등 유관기관과 협조하여 업계 전반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작업을 하다 숨진 김충현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한국서부발전, 한전KPS, 한국파워O&M 등의 관리·감독자 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현장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지난해 6월2일 오후 2시20분쯤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태안사업처 정비동 1층 공작기계실에서 김씨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파손된 발전설비 부품을 가공하다 회전하는 가공물에 작업복 소매가 끼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경찰은 같은 혐의로 고발된 한국서부발전 대표와 한전KPS 대표, 한전KPS 발전안전사업본부장 등 3명에 대해서는 “사고와 관련한 구체적인 주의의무 위반과 예견 가능성을 인정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불송치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선반 방호장치 미흡과 선반 가공물 고정 불량 등 안전관리 소홀, 2인 1조 작업 원칙 위반, 작업 절차 미준수, 형식적인 위험성 평가 등 작업장 관리감독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김상훈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은 “2차 협력사(한국파워O&M) 노동자의 고용 형태는 매년 한전KPS로부터 경상정비 공사를 수급하는 사업주가 바뀔 때마다 소속 회사가 바뀌는 단기계약직 구조”라며 “이 같은 고용 구조는 위험관리 공백에 노출되기 쉽고 노동자 간 위계와 차별, 고용 불안이 결합해 작업 절차 위반이나 관리감독 태만에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운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서부발전 등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와 처벌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고용노동부가 별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이 원·하청 최고 책임자를 송치하지 않은 데 대해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반발했다. 대책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2중 하청 구조에서 업무처리 절차를 지배하고 통제하는 자는 결국 서부발전과 한전KPS의 최고 책임자”라며 “충남경찰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과거 업무상과실치사에 대한 소극적인 판단을 그대로 답습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서부발전 대표이사와 한전KPS 대표이사 등 실질적 책임자들에 대한 불송치 결정을 철회하고 재수사해야 한다”며 “대전지검 서산지청도 재수사를 지휘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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