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상간소송변호사 모든 순간이 ‘고비’였다···기적 같은 WBC 8강, 3년 전 악몽 씻은 호주전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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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은 9일 호주를 7-2로 꺾고 17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에 진출했다. ‘2실점 이하, 5점 차 이상 승리’라는 가혹한 조건을 기어코 이뤄냈다. 7-2 스코어조차도 만화였다. 1점만 더 줬어도, 1점만 덜 냈어도 4개 대회 연속 조별 라운드 탈락이었다. 아쉬움 가득했던 일본전, 대만전 석패가 마이애미행 전세기 엔딩을 위한 복선이 돼버렸다.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2026년 3월9일 도쿄돔 호주전 승부처를 돌아봤다.
▲2회초/문보경의 홈런. 10년 전 리우를 소환하다.
실점 억제만큼 다득점이 절실했던 경기. 대회 첫 타석부터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초인적인 타격감을 이어오던 문보경이 ‘문 샷’으로 빠르게 2점을 뽑아냈다. 라클란 웰스의 2구 슬라이더를 걷어 올렸다. 도쿄돔 오른 담장을 까마득하게 넘어갔다. 비거리 131m 초대형 홈런. 문보경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하며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연신 소리쳤다. 2016년 리우 올림픽 펜싱 박상영의 기적을 소환하는, 선수들은 물론 지켜보는 팬들 모두를 향한 강한 메시지였다.
▲ 2회말/비상 걸린 마운드, 1984년생 노경은이 있었다.
기대는 빠르게 우려로 변했다. 선발 손주영이 마운드에 올랐는데, 류지현 감독이 트레이너를 동반하고 그에게로 향했다. 팔꿈치 통증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투수 교체. 선발이 최소 3이닝은 무실점으로 막아줘야 9회까지 버틸 수 있다고 모두가 생각했다. 대표팀 마운드에 비상이 걸렸다.
42세 노경은이 불펜에서 걸어 나왔다.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에게 바로 병살을 유도했다. 3번째 아웃 카운트는 투수 직선타였다. 자기 힘으로 이닝을 마친 노경은이 주먹을 불끈 쥐며 크게 세리머니했다. 노경은은“나도 모르게 그냥 나오더라. 무조건 세게 던졌다”고 했다.
▲ 3회초/2루타만 3개. 꿈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야구는 흐름의 싸움. 노경은이 깔끔하게 직전 이닝을 처리하자 타자들도 한층 더 탄력을 받았다. 저마이 존스가 좌중간, 이정후가 우중간으로 2루타를 날리며 3점째를 밟았다. 1사 후 그저 미쳤다고밖에 할 수 없는 문보경이 다시 원바운드로 우중간 담장을 때렸다. 4-0까지 스코어가 벌어졌다. 설마 했던 막연한 기대가 본격적인 시나리오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 5회초/또 문보경. 1차 조건이 이뤄졌다.
2사 후 2루에 주자를 두고 문보경이 이번에는 밀어서 담장을 때렸다. 타구가 워낙 빨라 2루로 갈 수는 없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안현민이 홈을 밟았다. 5-0. 8강을 위한 승리 조건이 일단 달성됐다. 2회 2사 후 등판해 최고 구속 143㎞ ‘흑마구’로 한국 타선을 막아내던 알렉스 웰스도 한껏 달아오른 문보경의 방망이는 이겨내지 못했다.
문보경은 3타석 만에 4타점을 추가하며 4경기 11타점으로 WBC 조별 라운드 역대 최다 타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국 방송 중계진은 “이번 대회 문보경은 멈춰 세울 방법이 없다. 도쿄돔 곳곳을 폭격하고 있다”고 감탄했다.
▲ 5회말/곧장 무너진 승리 조건. 3년 전 그 타자였다.
4회 등판해 호투하던 소형준의 체인지업이 다소 높았다. 호주 로비 글렌디닝이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정확히 3년 전인 2023년 3월9일 7회 역전 3점포를 터뜨리며 한국에 첫 경기 악몽을 안겼던 그때 그 타자였다.
한 관중이 만들어 온 8강 ‘경우의 수’ 그림판이 이날 수시로 방송 화면에 잡혔다. 한국, 호주에 대만까지 마치 삼국지 지도 같은 그림판에서 한국의 ‘영토’가 가장 좁았다. 전세기 탑승을 위한 한국의 승리 조건이 얼마나 가혹한지가 그림 한 장에 드러났다. 5회 들어 첫 실점을 했는데도 ‘경우의 수’가 다시 호주로 넘어갔다.
▲ 6회초/5-0 → 5-1 → 6-1. 이번엔 김도영이었다
전날 대만전, 2차례나 팀을 구하고도 끝내 고개 숙여야 했던 김도영이 다시 해냈다. 2사 3루에서 바깥쪽 빠지는 체인지업을 가볍게 밀어 1~2루 사이를 뚫었다. 한국이 기사회생했다. 김도영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방송 카메라를 향해 뒤돌아서서 ‘KIM D Y’ 이름표를 자랑하듯 내보였다.
▲ 7회말/순박한 청년 같던 더닝이 포효했다.
대만전 통한의 투런포를 맞았던 데인 더닝이 5번째 투수로 마운드 위에 올랐다. 출발이 불안했다.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두 번째 타자에게는 안타를 맞았다. 무사 1, 2루. 2루타 한 방이면 남은 이닝과 관계없이 그대로 한국의 탈락이 확정되는 최악의 위기. 앞서 홈런을 때렸던 글렌디닝이 낮은 싱커를 건드렸다. 유격수 김주원 정면으로 향했고, 이날 첫 선발 출장한 2루수 신민재와 함께 완벽한 호흡으로 단번에 2아웃을 잡았다. 이날 대표팀 내야진이 만든 3번째 병살타였다. 이어진 2사 3루 위기는 삼진으로 막았다. 3구 아주 높은 빠른 볼에 상대 타자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선한 눈망울에 안경까지, 순박한 대학생 같던 더닝이 팔을 크게 휘두르며 포효했다.
▲ 8회초/무사 2루. 번트 실패. 무득점. 불안감이 엄습하다.
대타 셰이 위트컴이 무사에 2루타를 치고 나갔다. 1점만 더 올리면 투수들의 부담도 한결 줄일 수 있었던 상황. 당연히 보내기 번트 사인이 나왔지만, 김주원이 임무를 달성하지 못했다. 주자가 그대로 2루에 묶인 채 박동원이 삼진, 신민재가 땅볼로 물러났다. 내야 할 점수를 못 내면 경기가 이상해진다. 그 오랜 경험칙이 곧장 현실로 다가왔다.
▲ 8회말/ 아웃카운트 4개를 남기고 다시 무너진 8강 조건.
김택연이 마운드에 올랐다.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공 4개가 모두 존을 크게 벗어났다. 보내기번트로 1사 2루, 안타 하나면 다시 호주가 ‘경우의 수’를 가져가는, 몇 번째인지 헤아리기도 어려운 위기가 다시 닥쳤다.
메이저리그 전체 1순위 지명 출신 트래비스 바자냐가 복판으로 몰린 4구 직구를 받아쳐 적시타를 때렸다. 벤치는 바자냐의 ‘유일한 약점’ 하이 패스트볼을 볼로 던지라고 사인을 냈지만, 김택연의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좌익수 존스가 몸을 던지며 홈으로 공을 뿌렸지만 주자를 잡을 수 없었다.
기적까지 아웃 카운트 단 4개를 남기고 8강 조건이 다시 무너졌다. 잘 싸우고도 ‘한 끗’이 모자랐던 일본, 대만전의 불운이 다시 대표팀을 집어삼키려 했다. ‘4점 차로 추격’하는 적시타를 때린 바자냐가 끝내기 안타를 때린 것처럼 1루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호주 팬들이 8강을 확신한 듯 하이파이브하며 환호했다.
▲ 9회초/데일의 치명적인 실책, 안현민이 놓치지 않았다.
선두타자 김도영이 볼넷으로 출루했다. 평소 홈런을 쳐도 큰 세리머니가 없던 김도영이 아마도 태어나 처음으로 볼넷 출루에 세리머니를 했다. 김도영은 “볼넷인데 세리머니를 왜 하고, 포효를 왜 할까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더라”고 했다.
1사 후 이정후의 타석, 공이 빗맞았다. 평범한 유격수 땅볼. 1~2초 남짓한 시간 동안 ‘병살만 되지 말라’고 한국팬 모두가 생각했다.
그러나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타구가 투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됐다. 유격수 데일이 공을 잡았지만 마음이 급했다. 2루 토스가 빗나갔다. 그대로 8강 희망이 끝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 1사 1·3루로 돌변했다. 안현민이 초구를 가볍게 밀어 큼지막한 뜬공을 날렸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가장 도루를 많이 한 대주자 박해민이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한국의 8강 조건이 4 아웃을 남기고 무너졌는데, 이번엔 호주가 마지막 아웃카운트 마지막 2개를 잡지 못하고 경우의 수를 잃었다. 축제 같던 호주 더그아웃이 얼음처럼 굳었다. 실책으로 화를 자초한 데일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에 더 이상의 득점은 무의미했다. 문보경이 ‘지능적인’ 3구 삼진을 당하며 마지막 수비를 준비했다.
▲9회말/이정후의 미친 슬라이딩 캐치, 기적이 완성됐다
7-2 스코어로 9회말에 돌입했다. 대만의 8강 경우의 수는 그것으로 사라졌다. 한국과 호주만이 남았다. 마지막까지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던 대만 팬들이 출구로 향했다.
8회 위기에서 등판한 조병현이 9회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데일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후속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셀 수도 없이 반복됐던 위기와 고비가 9회말에도 여지없이 닥쳐왔다.
릭슨 윙그로브가 조병현의 높은 직구를 잡아당겼다. 타구 속도 150.3㎞ 총알 같은 타구가 우중간을 꿰뚫을 기세로 날아갔다. 탈락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호주 팬들의 함성이 바로 터져 나왔다.
지난 시즌 MLB ‘최악의 외야수’로 손가락질받았던 이정후가 미끄러지며 공을 잡아냈다. 안타를 막았고, 실점을 막았다.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이 부진할 때마다 ‘내가 참사의 주역이 된 것 같았다’고 자책하던 대표팀 주장 이정후가 한국 야구를 4개 대회 연속 조별 라운드 탈락이라는 참사에서 건져 올렸다.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볼 카운트 2B-0S, 조병현이 이날 자신의 33번째 공을 던졌다. 타구가 내야 높이 떠올랐다. 마지막 아웃마저 극적이었다. 조별 라운드 영웅 문보경이 크게 팔을 휘두르며 콜을 했고, 실수 없이 공을 받아냈다.
문보경이 글러브째로 공을 던졌다. 더그아웃 선수 모두가 달려 나왔다. 이정후는 글러브로 얼굴을 감싸 쥔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기뻐서 울었다. 안현민이 외야까지 전력 질주해 주장을 껴안았다.
한국 야구는 2023년 3월9일 첫 경기 호주전 악몽의 패배로 WBC를 출발했고, 결국 참사로 끝을 냈다.
딱 3년이 지난 2026년 3월9일 온갖 기적과 기적이 더해져 마지막 호주전을 간절히 원했던 그 점수 차로 이겼고, 17년 만의 8강 진출이 완성됐다. 야구가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대표팀이 증명했다. 다시 나올 수 없을 희대의 경기가 그렇게 끝이 났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23살 뚜안은 베트남에 있는 일곱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10일 경기 이천시의 자갈 가공업체에서 끼임 사고로 숨진 베트남 이주노동자 뚜안(23)의 가장 친한 친구 깐은 12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는 경기이주평등연대와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등이 이천 자갈 가공업체 이주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뚜안의 유족이 현장에 참석했으며, 깐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깐은 “뚜안은 성실하고,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었다”며 “베트남에 있는 할머니, 어린 5명의 동생, 산업재해로 다친 아버지를 책임지는 장남으로 항상 어깨가 무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뚜안의 가족은 사고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겪고 있다”며 “그 어떤 말로도 그 아픔을 다 표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깐은 “오늘로 뚜안이 사망한 지 사흘째이지만 아직 빈소도 차려지지 못했다”며 “한국의 노동부가 이 사고를 명확히 규명해줬으면 한다. 회사 역시 아픔을 겪고 있는 유족들에 대해 최대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뚜안의 유족 대리를 맡은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의 이용덕 활동가는 현장에서 안전수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장을 둘러본 결과 컨베이어 벨트에는 비상 스위치도, 사람의 신체가 위험 구역에 접근하면 기계를 멈추게 하는 자동 정지 장치도, 덮개도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2인 1조라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뚜안은 기계가 작동하는 와중에 장치를 점검해야만 했다. 과부하가 걸린 기계를 멈추는 대신 돌아가는 롤러에 에어건을 쏘거나 삽으로 흙을 걷어내는 작업 방식이 있었다는 것이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이다.
노동자들은 이런 위험천만한 작업 방식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행해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선배 노동자들에게 전수됐고, 그렇게 배웠다”라는 말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활동가는 “현장에 베트남 출신 노동자가 이해할 수 있는 안전교육은 없었다”라며 “대신 착취와 탐욕만 존재했다. 기본급으로 최저임금만 주고 12시간 동안 맞교대로 일을 시켰다. 인원도 제대로 충원하지 않고 최소 인원으로 공장을 돌리려 했다”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이주노동자들의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해선 이주노동자를 ‘을’의 지위에 놓이게 하는 고용허가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세연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경기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8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터에서 숨을 거뒀다. 이주노동자들은 일하는 기계도, 일회용품도 아니다”라며 “언어·문화적으로 취약한 이주노동자들의 고용허가를 내주려면 현장을 더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 본질적으로는 고용허가제 정책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오전 2시40분쯤 뚜안이 이천 자갈 가공업체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뚜안은 취업비자를 받아 입국했고, 2024년부터 이 업체에서 일했다.
사고 당시 그는 관리자로부터 ‘과부하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라’라는 지시를 받고 혼자 컨베이어 벨트 아래쪽으로 들어가서 살폈다. 그가 점검하던 중에도 기계는 계속 작동되고 있었다. 그의 팔이 컨베이어 벨트에 끼였고, 그대로 빨려 들어가 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뚜안은 혼자 작업했던 터라 주변에 기계 작동을 중지시켜줄 사람도 없었다. 그는 시간이 흐른 뒤 다른 동료들에게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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