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2. 분당 서현 게임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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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분당룸 친척도, 가까운 친구도 없어 연고 하나 없는 '분당선 서현역' 앞을 처음 찾아갔던 건 고등학생이었던 2001년이었습니다.
혼자 찾아간 건 아니고 당시 동네에서 EZ2DJ와 DDR을 함께 하는 형들이 있었는데, 그 형들과 함께 놀러갔던 게 처음이었어요.
그 당시 저는 beatmaniaIIDX 라는 이름의 일본 건반게임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고 한창 그 게임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인터넷을 통해 해당 게임 정보를 닥치는대로 수집하고 관련 영상을 있는대로 찾아보면서 비트매니아에 심취해가던 시절이었습니다.
서현이라는 곳을 처음 갔던 때, 저에게 같이 가자며 권했던 형이 했던 말 한 마디가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럽투미 디스코믹스가 땡기는군'
당시 서현에는 BeatmaniaIIDX는 아니지만 해당 게임의 소형 기체인 Beatstage II라는 게임이 한 대 가동중인 게임센터가 있었고
그 기기 안에는 1999년 대한민국에 정식 발매한 BeatmaniaIIDX 2nd style이라는 소프트가 정식 가동하고 있었습니다.
'럽투미 디스코믹스(Luv to me - Disco mix)' 라는 곡은 해당 게임에 수록된 악곡이었고요(지금은 삭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분당 서현이라는 곳에 비트매니아IIDX가 있다고?!'
당시 비트매니아IIDX 하면 뭐가 되었든 일단 다 확인하고 저장하자! 라는 강박에 가까운 집착으로 엄청 게임에 심취해 있던 저는
그 소식을 듣고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동네 게임하는 형들과 분당룸 함께 난생 처음 '분당 서현' 이라는 동네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분당선이라는 신기한 전철을 타고 말이지요. 심지어 그 땐 분당선이 수서-오리 구간만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현역에 처음 내렸을 땐 모든 게 다 신기했습니다.
지하철역 출구가 바깥에 있지 않고 건물 안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건물이 대형 백화점이었다는 것.
지금은 AK플라자로 이름을 바꾸어 영업하고 있지만 그 당시 서현역은 '삼성플라자' 라는 이름의 대형 쇼핑몰로 영업중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놀랐던 건 삼성프라자 쇼핑몰 1층으로 올라와 양 옆으로 뚫린 대형 출입문을 열고 빠져나왔을 때의 풍경이었지요.
양 옆으로 깔끔하게 단정된 넓은 보도, 그리고 좌우로 쭉 뻗어있는 상가 건물들과 화려하게 불빛을 밝히는 간판들.
'경기도 분당신도시' 라는 걸 처음 본 저는 그 넓은 아케이드 거리, 그리고 화려하게 뻗어 있는 높은 건물의 모습이 다 신세계였어요.
물론 그 때 무슨 시골에 산 건 아니었고 당시에도 서울에 살았기 때문에 번화가 등을 부모님과 함께 가본 적은 많지만
경기도 신도시 특유의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는 번화가, 그리고 아주 넓은 아케이드 거리는 처음인지라 문화충격이 상당했습니다.
그렇게 함께 온 형들과 함께 휘황찬란한 아케이드 거리로 나와 그 분당룸 형들만 따라 걷다가 어떤 골목 안으로 들어갔어요.
엄청 넓은 아케이드 거리와 달리 이 골목은 굉장히 좁았고 을씨년스럽진 않았지만 어쨌든 앞의 거리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죠.
형들은 이미 여기를 여러 번 와본 적이 있었던 것처럼(아마 진짜 초행이 아니었을 겁니다. 게임 활동 엄청 열심히 했던 분들이라)
능숙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저는 그냥 어리버리하게 그 형들 뒷꽁무니를 따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에게는 당시 게임을 하기 위해 버스 타고 지하철 타며 다른 동네의 오락실로 찾아간다는 행동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부모님도 그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했기 때문에(다행히 동네서 게임하는 건 봐주셨지만) 이렇게 학교 친구도 아닌
동네 게임센터에서 만난 형들과 가본 적 없는 지역을 찾아간다는 건 상당한 모험이었습니다. 걸리면 엄청 크게 혼날 문제였고요.
2층에 올라오니 엄청나게 넓은 공간과 함께 익숙하고 반가운 소리, '게임장의 시끌시끌한 게임 소리' 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건물 2층에 오락실이 있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4년 전인 2001년 초.
'분당 서현 게임파크' 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같이 게임하는 동네 형들에게 '비트매니아IIDX를 할 수 있다' 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함께 찾게된 것이 분당룸 여기와의 첫 만남이었고
이 게임센터는 제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동네가 아닌 타 지역으로 원정 게임을 하러 찾아간 장소' 기도 합니다.
초반의 서현게임파크는 2층 상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상당했어요.
물론 당시엔 이보다 더 큰 규모의 게임센터도 많았기에(강변 테크노마트 1층 DMZ게임센터라든가 수유 지하음악게임장 등)
이 게임센터 규모는 거기엔 분명 미치지 못하지만 게임 장르에 따라 공간이 따로따로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었고
(리듬게임 구역, 코인노래방 구역, 스틱게임 구역) 심지어 노래방은 코인노래방이 아닌 일반 노래방처럼 룸으로 만들어져 있어
와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구나... 하며 상당한 문화충격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가동하고 있는 리듬게임들도 기기마다 파티션이 다 분리되어 있는 것이 신기했고요(지금은 어렵지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하지만 다른 게임보다도 제가 이 게임센터에서 제일 눈에 들어왔던 건 단연 Beatstage II(비트매니아IIDX).
매장 구석에서 EZ2DJ, 펌프잇업에 밀려 약간은 쓸쓸하게 돌아가고 있던 이 게임은 저에게 환상의 보물단지 그 자체였습니다.
한 판 300원. 당시로서도 그렇게 부담스런 가격은 아니었기에 계속 정신을 놓고 동전을 넣고 있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그냥 모든 것이 다 신기했고 모든 것이 다 신세계였습니다. 밤이 늦어 집에 가자고 재촉하는 형들이 야속하게 느껴졌습니다.
집으로 분당룸 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 무겁고 지하철 안에서도, 집에 오고 나서도 계속 그 게임만 생각났지 뭐에요.
하지만 저는 학생 신분이었고, 타 지역으로 오락실을 다닌다는 건 집에는 비밀로 해야만 했고, 어떻게 자주 거길 갈 수 있겠어요.
잘 해야 한두달에 한번 꼴? 그것도 주말에 한 번 가서 몇 시간동안 게임을 하고 오면 그나마 다행이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뭐 그렇긴 해도 이후 서현 게임파크는 최대한 꽤 자주 갔던 것 같습니다.
물론 서현 게임파크를 시작으로 저는 '타 지역으로 게임센터 원정' 가는 것에 익숙해졌고, 그로 인해 수유 음악 게임장,
그리고 제 인생과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큰 터닝포인특사 되었던 '압구정 조이플라자' 라는 게임센터의 존재도 알게 되었고요.
그 게임센터들과 번갈아가며 서현 게임파크는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찾았고 갈 때마다 비트매니아IIDX를 열심히 했습니다.
제가 고3 때 수능을 '태원고등학교' 라는 곳에서 봤어요.
태원고등학교는 현재의 이매역 앞에 있는 고등학교로 당시엔 이매역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야탑역 다음이 서현역).
그런데 요즘도 할 진 모르겠지만, 보통 수능 전날엔 수능 보는 학교를 확인해보기 위해 사전답사라는 것을 가 보게 되잖아요,
저도 그 사전답사를 다녀온다는 핑계로 수능 전날엔 따로 수능공부를 준비하지 않고 이번엔 분당룸 부모님 허락을 받아
정식으로 태원고등학교라는 장소를 버스 타고 지하철 분당선 갈아타며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이매역이 없고 야탑역만 있어
야탑역에서 내려 걸어서 태원고등학교를 찾아갔어요(수도권 통합환승이 없던 시절이라 버스비 아끼려고 걸어서 갔음)
그렇게 태원고등학교 간 뒤 거기서 뭔가 특별히 했던 건 없었습니다. 그냥 '아, 여기가 수능보는 곳이구나' 라고 교문만 찍고
안엔 들여다보지도 않고 바로 나왔어요. 그 길로 어디로 갔냐? 네, 다시 태원고등학교에서 걸어 서현역으로 갔습니다.
서현역에 걸어 도착한 저는 바로 서현 게임파크로 갔죠. 제가 정말 사랑했던 Beatstage II(비트매니아IIDX)가 반갑게 맞아줬고요.
그렇게 저는 '수능 전날에도 비트매니아IIDX 하러 오락실 찾아간 사람' 이 되었습니다. 이건 저희 부모님도 아직 모르십니다.
이후 대학생이 되고 고등학생 때에 비해 행동이나 친구 만나는 게 비교적 자유로워진 저는 이제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나름 자유롭게 주말엔 여기저기 게임센터 다니며 게임도 즐기고 사람들도 사귀어가며 좀 더 윤택한 게임생활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서현 게임파크를 찾아가는 것도 이제 숨기고 가는 게 아닌 그냥 놀러갔다온다 얘기하고 비교적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고요.
이후 Beatstage II 라는 게임이 빠진 뒤에도 이 곳은 생각날 때마다 더 찾아가곤 했습니다.
비록 이 곳을 분당룸 찾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게임은 사라졌지만, 그것 외에도 여긴 동네 게임센터와 달리 규모도 크고 기기도 많아
그냥 이 장소를 방문해서 신나게 게임 즐기고, 같이 간 게임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함께 밥 먹고 돌아오는 게 즐거웠거든요.
서현 게임파크는 동네 게임센터가 아니라 자주 방문할 순 없었던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거기 다니는 유저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사실 딱히 없고 사장님과의 커넥션, 친분 같은 것도 전혀 없습니다.
그 때문에 이렇게 게임센터에 대해 추억하고 회상하는 게 다른 유저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글 쓰면서도 살짝은 걱정스럽긴 해요.
저보다 훨씬 더 이 게임센터에 애정 가진 유저들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진짜 내 인생만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거에요.
어쩌면 제가 이 게임센터를 추억하는 건 그 친구들에게 있어 다소 수박 겉핥기처럼 가볍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서현 게임파크는 제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던 장소였습니다.
동네 오락실 다니는 형들과 함께 '인생 처음으로 동네가 아닌 타 지역으로 게임하러 갔던 장소' 였고,
당시 완전 빠져들어 닥치는 대로 정보를 수집할만큼 좋아했던 BeatmaniaIIDX 라는 게임을 제한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곳이었고
수능 보는 전날까지 부모님 몰래 빠져 BeatmaniaIIDX를 플레이했던 오락실, 분당룸 그 곳이 바로 '서현 게임파크' 였습니다.
1994년 오픈, 어린 학생이 불혹의 나이가 된 긴 세월동안 유저들과 함께해온 서현 게임파크는
2025년 12월 22일, 오늘을 마지막으로 30년간 이어 온 영업을 종료합니다.
몇 달 전,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께서 작고하시고 사장님의 남은 가족이 운영해오다가 내린 결정이라고 합니다.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에 언젠가 이 서현 게임파크도 과거의 뒤안길로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수유 음악 게임장, 압구정 조이플라자,
그리고 이수테마파크 같은 굵직한 게임센터처럼 그 끝이 분명 있을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걸 현실로 보게 되어버렸네요.
비록 최근엔 자주 찾아가지 않는 장소긴 했지만 그래도 제겐 특별한 과거의 추억을 많이 주었던 게임센터라
수유 음악 게임장, 그리고 제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던 압구정 조이플라자 급으로 아쉬운 감정이 많이 드는 폐업 소식입니다.
인생 첫 '원정 게임' 이라는 것을 경험해 주었던 서현 게임파크는 제 젊은 시절을 즐겁게 해 주었던 소중한 장소로 추억될 것이고
앞으로도 함께 게임하며 지금도 만났던 친구들과 함께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될 것입니다.
. . . . . .
그동안 수고하셨고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2025. 12. 22 // by 분당룸 RYU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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